일상탈출 힐링여행

봉명산 다솔사 사천 군립공원

JIRISANMAN 2020. 5. 30. 08:56

코로나 19로 연기된 부처님 오신 날

어느 듯 2020년 5월도 끝자락, 전날 야간근무를 한 덕택으로 하루 휴무를 얻었습니다. 여느 때 같으면 피곤한 눈의 붙일 요량으로 일찍 집으로 돌아갔을 것이지만, 어째 오늘은 그렇고 싶지 않았습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고, 그냥 바람이나 쐬고 싶었다고나 할까요, 굳이 이유를 대라면 날씨가 너무 좋았다고나 할까요, 쾌청한 날씨에 살랑이며 피부에 와 닿는 바람은 무슨 마력이라도 지닌 것처럼 저를 밖으로 끌어당겼습니다.

마침 휴가를 내고 쉬고 있는 친구가 있어 동행하기로 약속을 하고, 딱히 정한 곳 없었기에 급하게 갈 곳을 찾아보니 마침 내일 5. 30. 이 ‘코로나 19’로 연기된 부처님 오신 날 행사날이라 가까운 사찰로 가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종교를 가지지는 않았지만 평소 가까운 곳에 위치한 휴식공간으로 좋아 몇 번 가봤던 사천 봉명산에 위치한 다솔사를 다녀오기로 하였습니다. 동행하기로 한 친구도 초등학교 때 그곳으로 소풍을 다녀온 기억이 있고 그 후로는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면서 나의 결정에 매우 좋아하였습니다. 사는 곳에서 그렇게 멀지 않아 고속도로나 국도를 이용하면 1시간 이내에 도착이 가능한 곳이라 쉽게 다녀올 수 있는 곳이고 또는 불자들의 말로 부처님 오신 날 사찰 세 곳을 다녀오면 복을 받는다고들 하여 다솔사를 들러 산청이나 하동 등의 다른 사찰도 더 다녀올까 하는 나 혼자 만의 생각도 있었습니다.

다솔사 입구 숲길

남해고속도로 곤양 IC에서 내려 5킬로 정도 평소 몇 번 다녀온 것이라 내비게이션 도움 없이 곧장 근처에 도착하였고, 사찰 500m 전쯤에 최근 완공한 주차장이 있고 사찰까지 조용히 걸을 수 있는 산책로가 마련되어 있었지만 동행한 친구가 걷는 것이 불편하여 사찰 바로 아래까지 들어가 주차를 하였습니다. 사찰 바로 아래도 비포장으로 된 30~40여 대의 주차공간이 있어 평소에는 차량 통제를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봉명산 다솔사(多率寺)

다솔사는 경상남도 사천시 곤명면 다솔사길 417 봉명산(鳳鳴山) 중턱에 위치하여 있는데, 범어사 말사로 삼국시대 신라 지증왕 때(503년) 연기조사가 창건하여 영악사라 했다가 선덕여왕 때(636년) 자장 법사가 중창하면서 다 솔사라고 바꾸었다고 합니다.  절 입구에는 큰 키의 노송과 편백 등 수백 그루가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어 소나무가 많아 다솔사라 했나 생각했더니 그것이 아니고 많은 군사를 거느린다는 뜻이라고 하며, 풍수지리학적으로 대장군이 나오는 터라 왕이 사찰로 들어오는 길에 왕이 다솔사에 묏자리를 금지한다는 표지석도 세웠다고 합니다.

다솔사는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83호 대양루를 비롯하여, 경상남도 문화재자료로 지정된 극락전, 응진전, 적멸보궁, 나한전, 천왕전, 요사채 등 10여 동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특이한 것은 보통의 사찰에는 석가모니불을 보시는 대웅전이 있는데 이곳에는 대웅전이 없었습니다. 원래는 대웅전이 있었는데 1978년 대웅전 삼존불상 개금불사 때 후불탱화 속에서 108과의 사리가 발견되어 익산 미륵사지의 석탑을 본뜬 성보 법당을 탑 안에 설치하고 동양 최대 규모의 적멸보궁 사리탑을 건립하여 사리를 봉안하면서 대웅전을 적멸보궁으로 개축하였다고 합니다.

적멸보궁 앞 연등

 

또 특이한 것은 일제강점기 때 만해 한용운 선생이 머물면서 수도를 하였고 또한 소설가 김동리가 소설 ‘등신불(等身佛)’ 쓴 곳이라 합니다. 그 외 많은 승려들이 머물면서 독립운동단체를 만들어 부흥운동과 계몽운동을 펼친 곳이라 합니다. 작은 절이라 살짝 보고 지나려다 유명하신 분이 머물렀던 곳이고 또 독립운동과 관련이 있다 하니 다시 한번 더 살펴보게 됩니다. 이곳에서 제일 먼저 만나게 되는 건물인 대양루는 스님들이 공부를 하였던 곳을 보입니다. 대양루를 지나면 적멸보궁 그 뒤 쪽으로 사리탑, 왼쪽으로 한용훈 선생이 머물렀다는 응진전, 절 뒤 쪽으로 대규모 차밭이 위치하여 있습니다. 제가 아는 상식으로는 적멸보궁에는 일반적으로 부처님상이 없다는 것인데 이 곳 법당에는 누워계신 부처님상이 있었고 그 뒤 벽에 구멍이 나있고 사리탑이 보입니다. 이곳의 차는 널리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봉명산 주변은 사천의 군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고 절 뒤쪽으로 다솔사 보안암까지 왕복 5km 정도의 둘레길이 잘 정비가 되어 있어 여유가 있는 분들은 다녀오시면 건강과 힐링에 도움이 되실 것입니다. 저는 이전에 가족들과 둘레길을 다녀온 적이 있어 좋았던 기억으로 한 번 더 다녀오고 싶었지만 걷는 것이 불편한 동행자를 위하여 사리탑 참배와 차밭을 구경하고 약수 한 잔을 마시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외곽 주차장에 차를 세워고 다시 절 쪽으로 난 산책길을 잠시 둘러보고 주차장으로 내려와 입구 멋진 찻집에 들러 사찰과는 어울리지 않는 듯 하지만 시원한 아메리카노 한 잔으로 다솔사 구경을 끝냅니다.

법당내 와불과 바깥에 보이는 사리탑

 

다솔사 가시는 길

다솔사를 포함한 봉명산 일대는 임진왜란 때 서산대사와 사명대사가 다솔사를 승병 기지로 삼아 의병활동을 했고 또 불의에 맞서 일본에 항거한 승려와 지식인이 본거지를 삼아 활동을 펼친 곳으로 유명하다 합니다. 많은 이야기와 푸른 5월의 숲을 품은 다솔사 꼭 추천해 드립니다. 사찰 근처에는 전통찻집과 토속 음식점들도 있어 사찰 구경 후 쉬어가기에도 좋습니다.

가시는 길은 진주-하동 간 국도를 이용하여 사천시 곤명면행정복지센터를 거쳐도 되고, 남해고속도로 곤양 IC를 이용하셔도 됩니다. 두 곳 다 거리는 5~6km 남짓 지척으로 잠시면 도착 가능합니다. 외각 주차장에서 절 입구까지 500여 미터의 거리는 차량이 다니는 도로를 비켜 노송과 편백나무 숲 사이로 테크와 흙길로 산책길을 만들어 편안하게 걸을 수 있도록 꾸며 두어 천천히 걷노라면 저절로 힐링이 될 듯 하니 가능하면 외각 주차장에 차를 주차해두고 걸어가시기를 권해 드립니다.